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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ccernews 2022-04-02 21:40:57
제        목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울산의 진정한 1번 골키퍼 조수혁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2019년 리그 2경기. 이후 멈췄던 시계가 2022년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부상으로 긴 공백이 있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 법한데, 그건 아니다. 울산 현대의 든든한 수문장 조수혁(35) 이야기다.

사람인지라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뛸 만하면 누군가 오고, 또 오고. 나이는 차고, 실전 감각은 떨어져가는데.

어찌 안 힘들 수 있겠나. 그럼에도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2019. 2020년에 계속 리저브에 있었다. 경기에 거의 못 나갔다. 이때 항상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털어 놓았다.

나올 때마다 잘한다. 왜냐, 항상 준비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를 원하는 팀이 많았지만, 그는 ‘울산이 좋아서’ 남았다. 울산도 지난해 3년 재계약으로 화답했다.




이 사진 한 장은 인간 조수혁을 말해준다.

울산이 2020시즌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다.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때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불참했다. 조수혁이 든든히 골문을 지키며 울산의 무패 우승을 견인했다. 우승 기념사진을 찍을 때 조현우의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동료애를 드러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만점이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팬들과 소통을 한다. 미디어에 집중 하느라 축구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다. 구단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안부도 묻고 농담도 건넨다. 구단의 지역 밀착 활동이 있을 때 가장 적극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조수혁의 울산 라이프다.

시즌 초반부터 잘 나가던 울산은 최근 코로나 악재를 만났다. 20일에 예정됐던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더비에 최소 엔트리를 구성할 수 없었다. 27일로 연기됐다. 코로나 여파, 부상, 대표팀 차출로 완전체를 꾸리지 못했다. 조수혁이 조현우를 대신해 주전 장갑을 꼈다.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뒷받침했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24분이었다. 조수혁이 결정적인 선발을 했다. 포항 공격수 고영준이 스피드를 살려 문전으로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조수혁이 빠르게 나와 각을 좁혀 슈팅을 막아냈다. 곧바로 울산은 레오나르도의 골이 터졌다. 위기 뒤 기회라는 말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임종은을 중심으로 변형 스리백을 꺼냈다. 김영권, 김기희의 부재 속에 후방의 리더가 없었다. 중원과 공격 쪽에는 주장인 이청용이 있었지만, 뒤에서 누군가 경기 흐름이 훤히 꿰뚫어보고 소리치고 리딩해야 했다. 그 역할을 조수혁이 도맡았다.

오랜만에 실전이다 보니 골킥이나, 수비진들과 패스가 조금은 불안했다. 그러나 큰 실수로 이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을 찾았다.

홍명보 감독은 “조수혁이 지금 우리팀에 필요한 것들을 잘 살려줬다. 팀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누군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했다. 그 리더십이 선수들의 경기력과 정신력에 잘 스며들었다”고 극찬했다.

등번호 1번 골키퍼가 2020년 0경기, 2021년 0경기, 2022년 1경기 출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후방을 잘 지켰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동생들을 이끌었다. 행여나 주눅 들지 않을까 계속 자신감을 팍팍 불어넣었다.

조수혁은 “3년 만에 경기를 뛰었다. 재미있었다. 시작할 때 팬들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이름을 불러주셔서 뭉클했다. 힘이 됐다”고 웃었다.

레오나르도가 한 방을 꽂은 것과 맞먹을 정도의 슈퍼세이브를 선보인 것에 관해서는 “공격수 입장에서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각만 줄이고 길목에 서 있었다. 모든 선수가 잘해줬다. 팀이 만든 승리”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또 다른 형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다 같이 모였을 때 주축들이 많이 빠졌지만, 결국 울산의 11명으로 나가는 거다. 뛰는 11명이 베스트라고 했다. 그리고 (이)청용이, (박)주영이 형, (신)형민이 형도 조언을 많이 해줬다.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조수혁은 90분 동안 많은 스토리를 만들었다. 문전에서 볼을 잡은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때 임상협과 가벼운 접촉이 있었다. 눈두덩이가 찢어졌다. 출혈이 있었다. 고의가 아니었다. 임상협이 곧바로 사과했다.

갑자기 조수혁이 씨~익 웃었다. 기자회견장에 밴드를 붙이고 나타났다. 헌신의 증거였다.  

그는 “(임)상협이는 친한 후배다. 그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보니 상협이더라. 내게 미안하다고 하더라. 축구는 몸싸움을 하는 스포츠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괜찮다고 웃으며 넘어갔다”고 전했다.

조수혁은 주연보다 조연을 꿈꾼다. 누가 누구를 넘고 우위에 있고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나는 No.1이 아니라며 늘 스스로를 낮춘다. 그런데 등번호 1번답게 제몫을 이상을 한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경험한 사람들은 “실력도 실력인데 인간미가 넘친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항상 긍정적이다. 싫은 티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철학은 명확하다.

“안 좋은 상황이더라도 기분을 표출해봤자 나에게 득이 될 게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즐기면서 재미있는 걸 찾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사심은 1도 없다. 그저 아낌없이 준다. 우둑하니 서 있는 나무처럼. 팬들, 관계자, 동료들이 진정한 1번 골키퍼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사진=울산 현대, ,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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