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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2007-03-31 08:09:49

제 목

벵거 감독 “아스널 무관, 다 내 탓이오”

'교수님' 아슨 벵거(58) 감독이 올 시즌 아스널의 실패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했다.

아직 2개월여를 남겨둔 2006/2007시즌이지만 아스널은 사실상의 시즌 오프 상태다. FA컵과 챔피언스리그는 조기에 탈락했고 결승에 올랐던 칼링컵에서도 런던 라이벌 첼시에게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승점 20점 차나 뒤져 있어 추격할 수 없는 상태다. 3위 자리를 놓고 리버풀과 둘 만의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동기부여를 잃은 선수들은 침체에 빠져 있다.

초반 대부진과 티에리 앙리, 로빈 판 페르시 등 주요 선수의 부상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시즌 마감을 앞둔 가운데 벵거 감독은 “팀 운영에 대한 내 실수가 아스널을 무관에 그치게 했다”라고 말했다.

<비비씨 BBC>와의 인터뷰에 나선 벵거 감독은 모든 대회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가 꼽은 최악의 실수는 FA컵을 소홀히 치른 것이었다. 아스널은 FA컵 16강전에서 블랙번에게 일격을 맞으며 탈락하고 말았다.

벵거 감독은 “칼링컵 결승에 올랐다는 이유로 FA컵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 않았다. 올 시즌 가장 큰 실수였다”라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UEFA가 리그 3, 4위 팀보다 컵대회 우승팀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우선 부여하는 수정안을 논의 중이어서 벵거 감독의 아쉬움은 더 커지고 있다.

“아스널 부임 후 시즌 중 이렇게 일찍 허무함을 느낀 건 처음이다”라고 말한 벵거 감독은 “시즌 운영을 위해 선수들에게 심어줘야 할 동기 부여가 사라져 힘들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에도 무관에 그쳤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했었다.

올 시즌의 실패를 곱씹은 벵거 감독은 다음 시즌 팀 운영에 대한 계획도 털어놨다.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UEFA의 개혁 방향이 드러난 만큼 FA컵 우승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특성상 12월과 1월에 경기가 집중되는 것을 감안해 칼링컵에는 주전 멤버를 제외하고 어린 선수들만 출전시키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경쟁 팀에 비해 얇은 선수층으로 부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했던 벵거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어서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쉬고 싶은 생각 뿐이다”라며 지친 표정을 보였다.

서호정 기자
사진=아슨 벵거 아스널 감독 ⓒGettyImages멀티비츠/나비뉴스/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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